“누구를 위해 복수할 생각이니?”

오래전. 내 스승이 나에게 질문한 말이었다.

“여기 오는 애들은 다 똑같아.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가족을 잃고, 친구를 잃고… 모든 걸 잃어버려서,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사람들이지.”

아마도 처음. 내 스승을 처음 만났을 때다.

“복수. 오직 복수를 위해서. 다른 감정은 하나도 없는, 복수를 위한 괴물이 되는 거야. 거기까지는 좋아. 좋단 말이지.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일이라면.”

그녀가 나를 보고 웃었다.

“그 복수를 한다고 해서, 잃어버린 것이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거야. 한 번 잃어버린 건, 그대로 끝.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아. 네 복수의 끝에는 분명 아무것도 남지 않겠지.”

그녀는 다시 처음에 했던 말로 돌아갔다.

“누구를 위해 복수를 하는 거니?”

나 자신을 위해서라고 대답하자, 그렇다면 하고 되물었다.

“어디까지 복수할 생각이니?”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가 말을 이었다.

“네 소중한 것을 부숴버린 개인? 그 단체? 아니면 그냥 이 세상? 어디까지 복수할 생각이야?”

그때, 나는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대답은 그녀를 만족시켰다.

“그래. 복수하는데 거창한 건 필요 없어. 대의니, 신념이니, 정의니… 그런 건 병신들이 주장하는 이상에 불과해. 네 존재 의의는 오로지 살의. 죽이는 것 말고는 없어.”

그녀가 내 손에 단검을 쥐여주었다.

“죽이고, 또 죽여. 네가 원하는 대상이 누가 됐든, 죽이기만 하면 돼. 끝도 없이. 그 끝에 뭐가 있는지, 그런 건 별로 상관없어. 우리는 죽이기 위해 태어났으니까. 그 마음을 절대로 잃지 마.”

그녀는 환하게 웃으면서 마지막으로 내게 말했다.

“‘핑크 마리스(Pink Maris)’에 온 걸 환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