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달렸을까.

더 이상 주위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을 때쯤, 그의 손을 이끌던 가녀린 손은 그 속도를 천천히 늦추었다.

에릭은 그 속도변화를 감지하고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제일 먼저 그의 손을 붙들고 있는 가녀린 팔과, 언제 봐도 눈부신 은발머리를 가진 세라의 뒷모습이 차례로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세라의 모습을 전부 파악한 에릭이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는 곧 자신이 어딘가의 어둡고 텅 빈 복도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 스윽.

걸음이 완전히 멈추자, 세라는 잡고 있던 에릭의 손을 슬며시 놓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몸을 틀어 그를 곁눈질로 흘겼다.

“······.”

「저에게 뭔가 할 말이 있지 않습니까, 에릭.」

그렇게 말하는 세라의 눈빛은, 닿는 것을 모두 얼려버릴 듯이 차가웠다.

게다가 언제나 보다도 더욱 차가운 그녀의 무표정 또한 에릭에게 가해지는 압박에 한 몫을 더하고 있었다.

순간 위험을 감지한 에릭은 도피차원에서 전혀 엉뚱한 말을 던졌다.

“세라, 아까 터트린 거, 섬광탄이야? 위험하잖아, 어쩌면 다친 사람이 나왔을지도···.”

“······.”

「에릭.」

다시 한 번 등골을 자극하는 세라의 낮은 목소리에 에릭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 이상 세라를 자극하는 것은 별로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그리고 아까 전 세라가 터트린 것이 인체에 무해한 LED탄이었다는 것은 에릭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

「폭탄까지 설치해 두었을 가능성이 높은 범인에게 정면에서 승부라니요, 에릭. 언어도단에도 정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재머로 원격폭발을 사전에 차단했잖아···.”

에릭이 아까 전 범인과의 대치에서 사용했던 것은 휴대용 근거리 재머.

작동시키면 기기 주편 최대 15미터 반경 내의 모든 전자신호를 무력화시키는 첨단장비였다.

이 첨단장비는 광범위한 주파수의 잡음을 발생시켜 일시적으로 전자통신을 차단하는 기존 재머와 동일한 원리인데, 그러나 SOS에서 개발된 이 소형 재머는 범위 내의 모든 통신을 무력화시키는 기존의 재머와는 달리, SOS요원끼리의 통신채널 주파수에 해당하는 특정 신호만은 살려 재머를 작동하는 도중에도 요원끼리의 통신은 가능하도록 만든 장비였다.

이 기능은 SOS요원들이 은밀 작전을 수행할 때 적의 전파탐지 레이더에 걸리지 않으면서도 자기들끼리는 교신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진 것이었다.

다만 이 휴대용 재머의 작은 크기와는 상반되는 극심한 전력소모의 탓으로, 최대 연속 운용가능시간은 5분내지 10분 내외였다.

“······.”

「그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만약 범인이 아날로그 폭탄이라도 몸에 두르고 있었으면 어쩔 뻔했습니까.」

“······.”

그러나 에릭의 변명은 세라에게 눈곱만큼도 먹혀들지 않았다.

세라의 말마따나 범인이 구식 아날로그 폭탄이라도 두르고 있다가 수동 점화시켜 자폭했다면 에릭은 지금쯤 이미 산산조각 나 있을 것이었다.

“······.”

「그리고 총구 앞에 서다니, 굳이 그런 위험한 도박은 왜 한 겁니까? 그러다 잘못해서 못 피하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습니까?」

세라는 에릭에게 쌓인 것들을 끊임없이 쏟아내었다.

그러나 에릭은 세라의 설교를 들으면서도 속으로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세라가 이렇게 설교를 늘어놓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에릭은 뭔가 세라의 말투에서 평소와는 다른 무언가를 느꼈다.

에릭이 알고 있는 세라는 결코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세라가 방금까지 에릭에게 했던 말들은 그의 지원요원이라는 입장으로서가 아닌, 마치 에릭 개인이 저지른 위험한 행위 자체에 대해 화를 내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에릭은 예상치 못한 세라의 반응에 살짝 당황하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뭐, 뭐···. 세라, 그래도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잘 해결됐잖아.”

“······.”

「결과만 좋으면 다가 아닙니다. 저는 지금 에릭의 마음가짐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하하.”

딱히 반박할 말이 없어진 에릭은 쓴웃음을 지으며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고는, 두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머지않아 다시 고개를 들고는 세라를 보며 말했다.

“오케이. 앞으로 고치도록 노력할게.”

“······.”

「앞으로가 아니라 당장 고치세요.」

“알겠어, 알겠어.”

“······.”

「하아···. 당신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에릭의 어색한 웃음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세라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주머니에서 임무용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

「국장님께 보고 드려야 할 사항이 많습니다. 보고하는 동안 잠시 저쪽에서 잠자코 기다리고 있으세요.」

세라가 복도 반대편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에릭에게 말해왔다.

에릭은 평소 같았으면 어떤 식으로든 태클을 걸었겠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녀의 말에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에릭은 그를 무표정으로 응시하고 있는 세라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몸을 틀어 복도 반대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세라가 저 편에서 보고를 하고 있는 동안, 에릭은 복도의 끝으로 나와 공항 1층 로비가 내려다보이는 난간에 기대었다.

그가 서 있는 곳은 공항의 아직 오픈하지 않은 상층 플로어인 듯 했다.

그 증거로, 그의 뒤쪽에는 [입점 준비] 라는 현수막만을 유리창에 붙인 채 아직 입점하지 않은 텅텅 빈 매장들이 줄지어 있었다.

잠시 공항 건물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보던 에릭은 천천히 시선을 내리어 공항 1층 로비를 내려다보았다.

공항 로비를 바쁘게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이제 더 이상 아까 벌어졌던 테러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은 듯했다.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각자 제 갈 길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로비의 안내 데스크도, 식음료를 판매하고 있는 여러 매점들도, 사람들이 바쁘게 들락날락거리는 공항 입출국 게이트도,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평온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자각하지 못한 채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

에릭은 생각에 잠기며 아까 전 일을 머릿속으로 회상하기 시작했다.

당연히도 그의 머릿속에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기억은 단연 아까전의 인질극에 대해서였다.

세라는 그의 그런 행동을 두고 위험한 도박이라고 못 박았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사실 에릭에게 있어서 그 행동은 그저 확률 낮은 도박만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것이 최선책이었다.

그는 요원학교에서의 전투훈련 시간에 비슷한 상황의 훈련을 수도 없이 반복했었다.

‘총알은 최초의 한 발만 피하면 된다.’

그가 요원학교에 있을 당시 그의 전투교관이 개인 전투시간에 했던 말이었다.

언뜻 들으면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교관의 설명에 의하면 꽤나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쏘는 행위에 있어서는 작든 크든 간에 최소한의 각오라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아무리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 킬러라고 할지라도 예외는 아니다. 무분별하게 총기를 난사하는 것이 아닌 이상, 누군가 특정한 사람을 목표로 잡고 방아쇠를 당길 때에는 그 첫발에 모든 각오를 때려 박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각오가 전부 응축되어있는 첫 발만 피한다면, 총기 발포자는 심리적인 공백과 더불어 총의 반동에 의한 물리적인 제약까지 더해져 다음번 총알을 발사하기 전까지의 짧은 순간동안 매우 취약한 상태에 노출되게 된다. 바로 그 순간이 상대를 제압하기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순간이 되는 것이다.’

그런 명목 하에 예비요원들은 전투훈련시간에 총알회피기동이라는 것을 훈련한다.

총알회피기동이라는 것은 실제 상황을 완벽하게 구현해 내는 VR시뮬레이터를 쓰고 화면 내에서 발사되는 총알을 피하는 훈련이다.

그러나 물론 인간의 시각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반응속도가 좋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최소 초속 400미터 이상의 속력으로 날아오는 총알을 눈으로 보고 피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까 전의 에릭 또한 날아오는 총알을 직접 보고 피한 것이 아니었다.

총알회피기동은 발사되는 총의 방아쇠 상태, 조준점 정렬 위치 등을 미리 읽어내어 피하는 원리이다.

에릭은 이 훈련에서 초속 1000m에 달하는 소총의 총알을 단 두 번을 제외하고 모두 피해냈고, 이 훈련의 결과는 그가 속한 기수의 엘리트 요원으로 선발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일은 그 응용이었을 뿐이었다.

소총의 총알에 비하면 평균초속 400미터도 채 되지 않는 권총의 총알 따위는 그에게 있어 위협조차 되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에릭의 머릿속엔 불길한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어떤 상황이건 변수는 존재하기 마련.

만약 아까 전, 에릭의 발이 미끄러지기라도 했다면···.

– 휙휙.

그러나 에릭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그런 생각을 떨쳐내었다.

이미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는 지금 여기에 멀쩡히 살아있었다.

그걸로 족했다.

– 또각또각.

그때, 국장에게의 보고를 마쳤는지 에릭의 뒤편에서 세라의 구둣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몇 걸음 뒤까지 다가온 그녀는 에릭에게 말을 걸어왔다.

“······.”

「에릭.」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에릭은 고개를 돌렸다.

언제 보아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깔끔한 정장차림의 세라가 그의 뒤에 서 있었다.

“······.”

「이번 일에 대한 상부의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범인은 총 2명. 한 명은 브라질 출신의 35세 남성,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칠레 출신의 33세 남성입니다. 이들은 둘 다 러시아 마피아 소속으로 무기 운반책을 맡고 있었는데, 범행 동기는 이곳 현지에서 무기를 구입, 밀반입하려다가 결국 세관에 적발되었고, 그 때문에 아까와 같은 인질극을 벌인 것으로 보입니다.」

“······.”

에릭은 세라의 브리핑을 그저 묵묵히 듣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그에게 있어 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다.

그리고 세라의 그저 형식적으로 보고하는 듯한 태도만 보아도, 그녀 또한 범행이 일어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딱히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이제 문제는, 그 다음에 이어질 내용이었다.

본편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

「그리고, 이번 건에서 에릭이 저지른 행동의 처분에 대해서 입니다만···.」

마침내 올 것이 왔다.

세라는 날카롭고도 차가운 붉은빛 안광으로 에릭을 노려보다가, 이내 두 눈을 지그시 감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세라의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에릭은 목이 타 들어감을 느꼈다.

세라가 다시 말을 시작하기까지의 그 짧은 순간이, 그에게는 마치 영겁의 시간과도 같이 느껴졌다.

이윽고 세라가 다시 눈을 뜨고 말을 시작했다.

“······.”

「그렇게 수많은 일반인들 앞에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며 영웅 행세를 했던 것은 어떻게 봐도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명백한 규율위반행위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떠한 징계 처분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

예상하고 있던 말.

그러나 그때까지도 의연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던 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직접 전해 들으니 그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다.

목이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것을 에릭은 침을 한 번 꿀꺽 삼켰다.

“······.”

「그런데···.」

거기까지 말하고, 세라는 다시 한 번 뜸을 들였다.

세라의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그러나 얼음장같이 차가운 얼굴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복잡 미묘한 표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도무지 의미를 짐작할 수 없는 그녀의 표정을 지켜보던 에릭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랫입술을 이 사이로 가볍게 깨물고 있던 세라는 물고 있던 입술을 천천히 놓으며 말을 이었다.

“······.”

「결과적으로 에릭이 인질 구출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또한 사실. 그래서 상부는 그 점을 정상 참작해 에릭에 대해 이번 한 번만 집행유예 처분을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래? 다행이네.”

세라의 이어진 말을 들은 에릭은 짤막한 대답과 함께 어깨를 한 번 으쓱 들어올렸다.

그러나 그와 같이 대수롭지 않다는 행동을 취했지만, 사실 에릭은 속으로 꽤나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이번에 한 번 더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면 그는 꼼짝없이 SOS 사령본부의 지하 감옥에서 수년을, 아니 어쩌면 평생을 썩어야 했을지도 몰랐다..

정말 운이 좋은 경우였다.

이번 일은.

“······.”

「다만 그것과 사건 경위 보고는 별개입니다. 에릭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A4종이 5장 분량으로 경위서를 작성해 내일 저녁까지 제출하시랍니다.」

“그 정도쯤은 뭐···.”

“······.”

「그리고, 일단은 조직 차원에서 최대한의 언론 보도 통제를 들어간다고는 합니다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개인 스마트 폰 등으로 촬영된 사진이나 동영상까지 일일이 찾아내 지우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어쩌면 SNS 등을 통해 에릭이나 저의 얼굴이 알려지게 될 가능성도 있겠죠.」

“오우, 그럼 이제 우리 유명해지는 거야?”

“······.”

「······.」

“···아니, 그냥 농담 한 거야. 그렇다고 그런 눈으로 쳐다볼 것 까진 없잖아.”

세라의 경멸이 담긴 시선이 에릭을 꿰뚫자, 에릭은 금세 꼬리를 내렸다.

에릭이 언제나 느끼는 것이었지만, 세라에게는 농담이라는 것이 전혀 통하질 않았다.

“······.”

「하아···. 차라리 징계를 받는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그 순간 세라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중얼거리자, 에릭은 자신의 귀(물론 세라의 목소리는 그의 머리에 직접 들려오고 있었지만)를 의심하며 세라에게 되물었다.

“······.”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것보다 지금은, 수정된 차후의 계획에 대해서 숙지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제 원래 타려던 비행기는 못 타게 되었으니까요.」

“······.”

방금 전의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리려는 세라의 얼굴을 잠시 가만히 쳐다보던 에릭은, 이내 떨떠름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일단은, 다시 한 번 더 말하지만, 저희가 원래 탑승할 예정이었던 민간 항공편은 이제 못 타게 되었습니다. 탑승시간도 지났을 뿐더러, 사건 발생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은 지금 사람들 앞에 얼굴을 내밀게 되면 아까 경찰서 앞에서와 같은 상황이 다시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겠지.”

에릭은 아까 전 그를 둘러싸던 수많은 사람들, 카메라들, 그리고 계속해서 터져대던 플래시들을 떠올렸다.

그런 곤란한 상황은 이제 사양이었다.

“······.”

「대신 국장님께서 개인 소유의 초음속 항공기를 빌려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저희는 그걸 타고 한국까지 가게 됩니다.」

“그래? 잘 됐네. 그래서 어디서 타는데?”

“······.”

「이 공항의 비행기 격납고에서요.」

“···여기?”

에릭이 검지로 공항바닥을 찍으며 묻자, 세라는 말없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타라고? 지금?”

“······.”

「네.」

재차 검지로 바닥을 가리키며 반복해서 묻는 에릭에게 세라가 짧게 대답했다.

“아니···. 잠깐만. 말이 앞뒤가 안 맞잖아. 방금까지는 안 나가는 게 낫겠다며. 근데 비행기까지는 어떻게 가려고?”

– 스윽.

에릭의 말에 세라는 스마트 폰을 꺼내들어 잠시 조작하더니, 곧 화면을 돌려 에릭에게 보여주었다.

그녀가 내민 스마트 폰 화면에는 흰색 바탕에 그려진 매우 복잡해 보이는 설계도면 같은 것이 표시되어 있었다.

가느다란 실선과 점선들이 만들어낸 복잡하고 정교한 그림, 그 밑에 표시된 여러 수치들, 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그 외의 다양한 기호와 글자들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보는 이의 속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것 같았다.

“······.”

「이제부터 저희는 뒷문을 통해 탑승장으로 들어갑니다.」

에릭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자, 세라는 스마트 폰 화면을 끄고 다시 주머니에 되돌리며 말했다.

“뒷문···?”

에릭이 의아한 표정으로 세라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자, 세라는 여전히 변함없는 무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