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의 대공황, 1970년대 오일쇼크를 비롯해 크고 작은 위기 이후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2008년 금융위기가 지났어도 경제 성장이 이전만큼 가속화되지 않았다. 21세기의 세계 경제는 20세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 경제의 바로미터라 할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1%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대다수 선진국도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다.디트리히 볼래스 미국 휴스턴대 경제학과 교수가 쓴 《성장의 종말》은 경기 침체가 끝난 이후에도 예상과 달리 성장이 둔화되는 현상을 살펴보고 그 원인을 분석한다. 저자는 “성장 둔화의 주요 원인은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 등으로 나타난 인구 변화, 생산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이동한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지금까지 경제는 사람들의 물질적 요구를 성공적으로 충족시켜왔다. 하지만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출산율은 떨어졌다. 원래 부모가 자녀에게 들이는 비용은 자녀를 키우기 위해 놓치는 소득 및 시간과 같다. 그런데 경제가 성장하면서 육아로 포기하게 되는 소득과 시간이 늘어나며, 사람들은 더욱 적은 수의 자녀를 원하게 됐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증가한 것 역시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인적 자본의 규모가 줄었고, 성장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책마을] '경제위기 뒤 강한 반등' 공식이 안통한다

생활 수준의 향상은 소비 패턴, 나아가 산업구조까지 바꿨다. 사람들은 상품으로 집을 가득 채우다가 점차 서비스를 구매하는 방향으로 지출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경제활동의 중심을 물리적인 상품 생산에서 서비스 공급으로 전환하게 했다. 그런데 서비스산업은 상품에 비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어 경제 성장이 둔화된다는 설명이다.하지만 저자는 성장 둔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인구 변화와 서비스산업의 발전은 경제가 충분히 성장해 생활 수준이 높아진 데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경제 성장 둔화는 기피해야 할 골칫거리가 아니다. 20세기에 우리가 이룩한 경제 성공의 자연스러운 결과다.”